노조 간부 4명 중 1명은 '위법'…멋대로 인원 늘렸다

입력 2023-09-03 18:35   수정 2023-09-11 17:12


기계 제조업체 A사는 노조 조합원 수가 6600명으로 법으로 정해진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한도가 2만2000시간이다. 하지만 A사는 한도를 위반해 노조에 6만3948시간의 면제 시간을 인정해줬다. 사측이 4만1000여 시간에 대해 근로 없이 임금을 지급한 것이다.

정보기술(IT) 서비스사업 등을 하는 B사는 노조 조합원 수가 200여 명으로 근로시간면제 한도 인원은 6명이다. 그러나 법을 어기고 145명에게 면제자 자격을 인정해준 것으로 나타났다.

3일 고용노동부가 근로자 수가 1000명 이상이면서 노조가 있는 사업장 480곳을 대상으로 근로시간면제 한도를 실태조사한 결과 적발했다고 밝힌 위법 사례다.
근로시간 면제자 4명 중 1명은 ‘위법’
고용부 실태조사에 따르면 이들 480개 사업장에서 사용자가 급여를 지급하는 근로시간 면제자는 총 3834명이었다. 노조 업무에만 종사하는 ‘풀타임’ 면제자는 1778명, 노조 업무와 근로를 병행하는 ‘파트타임’ 면제자는 2056명이었다.

고용부는 특히 3834명 중 풀타임과 파트타임을 통틀어 948명은 근로시간면제 한도를 위반했다고 밝혔다. 전체 근로시간 면제자의 24.7%에 해당한다. 노조가 근로시간 면제자로 인정한 4명 중 1명은 위법한 방식으로 근로시간을 면제받았다는 것이다.

또 480개 사업장에 제공된 연간 면제 시간은 450여 만 시간이었다. 이 중 법정 한도를 넘겨 지급된 면제 시간은 28만6475시간으로 집계됐다. 이를 풀타임 면제자 기준으로 환산하면 144명분에 달한다. 풀타임 면제자 평균 월급(637만원)을 기준으로 추산하면 연간 110억원에 달하는 금액이 노조나 조합원에게 부당한 방식으로 지원된 것이다.
노조 운영비 지원 사업장 “절반 이상”
고용부는 위법 소지가 있는 사업장도 117곳에 달했다고 밝혔다. 근로시간 면제자에게만 전임자 수당 등 명목으로 특별수당을 지급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한 에너지기업은 면제자에게 매월 추가근무 수당으로 196만7000원을 지급했다. 이런 방식으로 면제자에게만 수당 등의 혜택을 준 사업장이 37곳, 면제자에게 별도 유급 조합 활동을 인정한 사업장이 80곳 적발됐다.

노조에 운영비를 지원하고 있는 사업장은 265곳(55.2%)으로 조사됐다. 항목별로 보면 사무실 유지비 및 비품을 지원한 사례가 40.4%로 가장 많았다. 이어 차량 및 유지비 지원(15.4%), 대의원대회 지원(10.6%), 기념일 행사 지원(9.9%) 순이었다.

노조는 근로시간면제 한도 내에서 유급 전임자를 둘 수 있다. 노조 조합원이 99명 이하이면 연간 최대 2000시간, 100~199명은 3000시간, 200~299명은 4000시간의 근로시간이 면제된다. 조합원이 1만~1만4999명이면 연간 최대 2만8000시간, 1만5000명 이상이면 3만6000시간의 근로시간이 면제된다. 이를 초과하면 법 위반이다.

사용자가 노조에 과도한 운영비를 지원하는 것도 노조법에서 금지하는 부당노동행위의 한 유형인 ‘지배·개입’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고용부는 밝혔다. 위법 사실이 확인되면 사용자가 처벌 대상이 된다. 다만 경우에 따라선 노조도 법적 책임을 질 가능성이 있다. 김동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근로시간 면제를 의도적으로 과도하게 부여하는 단체협약을 체결했다면 노조도 배임죄 등의 공동정범 책임을 지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정부가 비준한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원칙에 따르면 근로시간면제 제도나 노조 전임 활동은 노사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도 “근로시간면제 제도를 활용해 노조 활동을 통제하겠다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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